본문 바로가기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번역이란 무엇인가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도서 리뷰

낭만꽉스 2013. 11. 1.

요즘 생각지도 못한 기술서 번역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우리말이 정말 어렵고 번역을 잘하려면 우리말을 잘 해야겠다' 라는 겁니다. 오히려 그런점에서 영어가 의미적인 부분에서는 더 명확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원작자의 책이나 글을 우리말로 원문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우리말로 읽는데 막힘이나 어색함이 없도록 하는 것, 그것이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고 그것을 위해 아는데로 대충 쓰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어사전, 국어사전등을 끼고 씨름하는 노력과 수고가 있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문단에 등단한 이후 200권 이상 번역한 이 시대의 번역가인 이윤기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피력한 문장들을 모아 산문집으로 출판한 책이 오늘 소개드릴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입니다. 



처음에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란 제목이 와 닿지 않았는데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한 사람이 작가라는 사실을 알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총 5 장에 걸쳐서 이윤기 작가의 글쓰기, 그리고 번역에 대한 생각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글쓰기를 천직으로 생각했던 작가의 살아있는 문장에 대한 집녑과 고집, 우리말에 대한 사랑이 산문집을 통해서도 느껴지더군요



특히 요즘 번역을 하다보니 4장에 우리말 사용 설명서 를 읽으면서 도움도 되고 번역에 대한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이 되지만 유식하게 보이려고 폼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 글을 쓰며 제 생각까지 비틀어 버리는 것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확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짧은 글쓰기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공개글이라는 점에서 있어보이고 싶고 유식해보고 싶고 하여 가식을 만들어 내고 그러다 보니 나는 없고 희망하는 누군가가 썼을 거 같은 껍데기만 있는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인상 깊게 읽은 2장 내용중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원문의 텍스트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말과의 싸움이라고 말이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기 위한 사전과의 싸움을 그 첫번째로 꼽고 있습니다. 안다고 어물쩡 넘어가면 안된다는 겁니다. 사전을 통해 단어의 내용과 역사까지도 꿰뚫어 봐야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번역 페이지당 단가를 생각하면 번역 품질과 더불어 생산성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긴 하지만 원문을 올바르게 옮겨야 하는 번역가의 사명을 생각해보면 그 밸런스를 잘 조율하는 것도 번역가가 해야할 일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둘째로는 우리말의 어구와 어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영어 문장을 번역해 보면 하나의 문장이면 될 것을 두 문장으로 쪼개 놓거나 여러개의 절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을 어구로 정리해서 단문으로 만드는 일인데요 실제로 번역을 해보면 이런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일단 어순이 다른 말이기 때문에 원문 순서대로 그대로 해석하면 우리말로 읽을 때 어색하고 이해도 어렵게 됩니다. 따라서 짧은 구로 정리하고 문장의 순서를 잘 정렬해야 술술 읽히는 문장이 되곤 하더군요



마지막으로는 살아 있는 표현인 우리가 익숙하게 쓰고 있었던 말로 바꾸는 일입니다. 'Nothing to lose' 를   '더이상 잃을 게 없다'라고 번역을 하면서 '밑져야 본전' 이라는 우리말까지 머리속에 담고 번역을 하면서 가장 적합한 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Ever after'를 번역하면서 '그후로 오랫동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잘먹고 잘살았다'까지 생각이 미쳐야 한다는 걸 얘기하고 있습니다.



요즘 번역을 직접 해보면서 이런저런 고민과 생각들을 하다가 읽은 책이여서 그런지 그동안 답답했던 뭔가가 확 풀리는 듯한 오랜 공력의 작가의 생각들과 조언들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번역에 대한 여러가지 스킬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있지만 태도에 대해 얘기하는 책을 읽으니 번역이라는 일에 대해 훨씬 무게감이 느껴지고 사명감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책을 읽을 사람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맡은 번역일도 심혈을 기울여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상 이윤기 작가의 산문집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도서 리뷰였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