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중이염 튜브 삽입과 편도 제거 수술 후기
둘째가 중이염으로 튜브 삽입과 편도 제거 수술을 한지 한달이 지났네요. 수술하고 일주일간은 힘들어 하는 아이를 보면서 과연 잘 한 것일까 반신반의 했는데 2주차부터 잘 먹고 잘 자고 잘 들린다고 하는 아이를 보면서 왜 진작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혹시 도움이 되실까해서 둘째 중이염 수술 후기를 써볼까 합니다.
둘째 만 3세 때 중이염으로 양쪽 귀에 튜브 삽입술을 했었습니다. 튜브가 1년 정도만에 빠지고 나서 다시 감기만 걸리면 콧물이 이관을 타고 귀로 넘어가서 중이염이 낫지 않고 지속되더군요. 이번에 수술할 때는 6살이었는데 두상은 작은데 비해 편도는 크고 이관은 짧아서 귀로 넘어간 콧물이 자연적으로 빠지기는 어려운 구조라서 그렇다더군요.
그래서 그대로 두면 중이염이 심해져서 화농성 중이염이 되어 청력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수술을 권하더군요. 현재도 귀에 물이 차 있는 거라서 멍멍하게 들리고 있을 거랍니다. 첫째랑 다르게 좀 작게 부르면 대답 안하는 적이 많아서 어느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는데 청력검사를 했더니 확실히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잘 때 코골이도 심하고 앉아서 자는 습관이 있어서 진찰 때 말씀드렸더니 편도 비대로 숨쉬기가 힘들어서 그럴 수 있다는군요. 밥 먹을 때도 힘들었을 거라던데 둘째가 밥을 잘 안 먹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튜브 삽입술을 한 번 하기도 했고, 튜브 삽입술이라는 것이 고막을 째고 튜브를 삽입하는 것이라 또 하게 되면 고막이 약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서울에 중이염 전문 한방 병원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습니다. 왕복 100km 거리였는데요. 한약을 먹으면서 매주 이관에 침 치료 하고 이관에 튜브를 삽입해 빼내는 시술을 하는 것이었는데 아이가 정말 힘들어 하더군요. 시술을 마치면 파김치가 되어서 매번 안하면 안되냐고 하는데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렇게 10주간 주말마다 치료를 받았는데, 살짝 호전되는 것 같긴 했지만 여전히 귀에 탁한 물이 차있는 상태가 계속되어서 안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양방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는데, 딱 부러지게 말씀하시더군요. 수술 말고 다른 방법이 있냐고. 그 사이에 진주종이 의심이 되어 CT 촬영도 했었는데 다행히 진주종은 아니었습니다. 한방 치료가 크게 호전되지도 않고 더 놔뒀다가는 중이염이 더 심해져서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상의 끝에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일정을 잡다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술하게 되었는데, 입원은 2박 3일인데 수술 전날 오후에 입원해서 다음날 수술하고 하루 정도 경과를 보고 퇴원한다고 하더군요. 수술 전날 주의 사항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하는데 안 좋은 얘기만 골라하셔서 서명하면서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수술 당일 가장 먼저 수술을 했고 1시간 반만에 회복실에서 나왔습니다. 마취가 깨는게 이상했는지 한 번씩 크게 소리를 지르더군요. 3시간 동안 몸이 깨어날 수 있도록 다시 잠들지 않게 계속 깨우는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병실에 와서 3시간 금식을 하고 찬물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목에는 계속 얼음 주머니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게 좋다고 해서 투게더 한통을 사왔는데 거의 안먹더군요. 어른들은 수술하면 아이스크림을 달고 산다는데 둘째는 회복되는 동안 특이하게 아이스크림을 거의 안 먹었습니다.
수간호사분도 아이 편도 수술 경험이 있으셔서 얘기 많이 해주셨는데 어리면 어릴수록 통증이 덜하다고 하더군요. 그 얘길 들으니 더 일찍 해줄 걸 그랬나 싶기도 했습니다. 담당 선생님도 회진 때 수술 잘 되었다고 퇴원하고 일주일 뒤에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맘이 놓이더군요. 그래서 병원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일찍 퇴원했습니다.
퇴원하고 3일 동안은 아프다고 하고 해서 목에 뿌리는 약도 자주 뿌리고 약도 꼭꼭 챙겨먹었습니다. 음식도 미음이나 죽 차게 식혀서 상당히 조심하면서 먹였고 건더기 있는 것이나 조금이라도 딱딱한 건 먹이지 않았습니다. 3일째 좀 좋아지는가 싶더니 자다가 새벽에 아프다고 깨서 약 뿌리고 다시 재우고 하는 걸 며칠하니 걱정되어 일주일 못기다리고 5일만에 병원에 갔는데 별 이상없다고 다시 일주일 후에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2주가 지나고나서 부터는 밥도 물에 말아 먹기시작하더니 먹성이 엄청 좋아져서 매일 집에서 먹방을 찍더군요. 3주차 되니 못 먹는 음식도 없고 밥도 잘먹고 잘지내고 있습니다. 확실히 아이들이 회복속도가 빠르긴 빠른 것 같습니다.
수술후 변화는 작게 불러도 바로 알아듣고, 잘 때 코 골거나 앉아서 자지 않아서 그런지 잠도 푹자고 덜 피곤해 합니다. 예전에는 유치원 다녀오면 저녁 먹기도 전에 잠들어 버리기 일쑤였는데 그러질 않네요. 그리고 먹성이 엄청 좋아져서 수술하면서 1kg가 빠졌었는데 지금 3kg가 쪘네요. 얼마나 먹는지 매주 마트를 털어와야 합니다.
수술한지 한달이 되는 요즘 잘 뛰어노는 아이를 보면 수술을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수술 이전과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목소리가 좀 달라졌습니다. 목소리 톤이 좀 더 높아졌달까요? 아무래도 편도 제거로 목안에 공간이 더 생겼기 때문에 달라질 수 밖에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아이가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걸 보니 그런 건 별 문제가 되진 않네요. 튜브 빠지고 나서도 중이염 재발하지 않고 괜찮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 중이염 수술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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